부여군(군수 박정현)이 주최하고 부여문화원(원장 정찬국)이 주관하는 ‘유홍준 교수 제5회 기증 유물전’이 5월 7일부터 부여문화원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유홍준 교수 기증 유물전’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연구와 집필을 위하여 평생 수집해온 서화 400여 점과 도서 8,000 여권을 부여군에 기증해줌으로써 지난 2016년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회이다.
매년 주제를 선정하여 열리는 기증 유물전은 올해는 부여 출신 형제 서예가로 이름 높은 백하(白荷) 김기문(金基文, 1906~1988)의 「무이구곡가」(초서 10폭 병풍), 진한 종정문(전서 8폭 병풍), 고금영련휘각(전서), 이백 시(해서)와 원곡(原谷) 김기승(金基昇, 1909~2000)의 퇴계선생 시(행서 8폭 병풍), 서기집문(행서), 우현보덕(예서), 맹자(선면 서), 전전반측(영서) 등 주옥같은 작품 30여 점이 선보인다.
이외에 작년 제3회 기증 유물전인 <나의 순백자 사랑>에 출품되었던 조선백자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수록된 국내 유명 작가의 서화 및 원곡 김기승 선생의 제자로 알려진 서예가 무림 김영기의 작품도 곁들어 전시된다.
백하 김기문은 어린 시절 당대에 명망이 높던 산정(山庭) 신익선(辛翊善) 선생에게 한학과 서예를 사사하였고, 일본 와세다대학 경제학부에서 공부하였다. 그는 서예로 명성을 얻거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문인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국전 출품을 하지 않고 오로지 수양으로 서예를 연마하고 즐겼으나 초서와 옛 와당의 전서체 글씨는 당대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시회를 권유받아왔지만, 거듭 사양하다가 나이 70이 넘은 1977년 서울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1978년 《백하 초서 전시회》, 1980년 《백하 김기문 서예전》을 열었다. 《서예로 가는 길》 • 《백하 김기문 서법》 등 3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한문 각 체를 두루 섭렵한 후 힘찬 운필이 특징인 원곡체를 창안하여 한국 서예계의 대가로 평가 받고 있는 원곡 김기승은 5세 때 조부 연당(蓮堂) 김동효(金東孝) 공에게서 한학을 배우며 붓을 들기 시작하였다. 1928년 중국 상하이 중국공학대학에 입학한 뒤 도산 안창호와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으며, 1932년 귀국하여 산정 신익선, 소전 손재형 선생을 사사하며 본격 서예가의 길에 들어섰다.
국전에 4차례 특선하고 1959년 국전 초대작가, 1961~69년 국전 심사위원, 1972년 심사위원장을 거쳐 이후 국전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고희를 맞아 ‘원곡서예상’(1979)을 제정해 후진 양성에도 힘써왔다. 저서로 《한국서예사Ⅰ•Ⅱ》 • 《원곡서문집》이 있고, 대표작으로 〱금강경〉, 〈성경의 시편 23편〉 및 <안창호 선생 비문> <안중근 의사 동상문> <국립묘지 무명용사 영현예병서> 등을 남겼다.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두 서예가의 작품을 수집해 온 유교수는 “백하와 원곡의 작품 전시회는 고향인 부여에서는 열린 적이 없었다.”라며 “형제지만 각각 다른 예술세계를 추구한 두 분의 작품이 사후에나마 고향의 한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국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20세기 한국 근현대 서예 역사에서 형제 서예가는 두 분 외에 일중 김충현과 여초 김응현 형제를 꼽을 수 있다.”라며 “한자 각체와 한글 묵영 작업까지 개척한 백하, 원곡 형제의 글씨는 근현대 우리나라 서단 역사에 뚜렷하게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라고 이번 유물전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2006년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휴휴당(休休堂)을 짓고 서울에 5일, 시골에 2일 거주하는 5도 2촌을 실천하면서 부여군민이 되었고,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그리고 2009년부터 봄, 가을에 걸쳐 연 4회 부여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유홍준과 함께하는 부여답사’를 11년째 진행해 오는 등 부여군 홍보대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기증 유물전은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고 오는 6월 말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자세한 관람문의는 부여문화원 전화 041-835-3318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