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두드러기라 부르는 단(丹)을 잡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단잡기’ 행사가 열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단잡기 행사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도 단을 잡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마을행사로 승화시켜 꾸준히 행사를 치러왔던 내리지 마을주민들은 1995년 제36회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단잡기의 가치를 확인한 바 있다.
이후 보존과 계승의 뜻을 모아 해마다 음력 7월 7일 단잡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내지리단잡기 보유자 이규찬을 비롯한 김인환, 이규섭 전수조교 등 마을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지리 단잡기 공개행사를 열었다.
단잡기 행사는 크게 단(丹)확인–오곡걸립(五穀乞粒), 단기(丹旗)제작 등 단잡기 준비–단잡기 진행–단보내기–뒤풀이 과정으로 진행된다.
단은 총 12가지 종류로 증상에 따라 풍단(風丹), 청단(靑丹), 황단(黃丹), 홍단(洪丹), 팥단, 태단(胎丹), 띠단, 녹두단(綠豆丹), 토단(土丹,) 메밀단, 백단(白丹), 도목광솔단(頭目廣率丹) 등 열두단으로 나뉜다.
이러한 단을 잡기 위해 쌀, 팥, 콩, 수수, 조 등 오곡을 준비하는데 환자의 상황에 따라 오곡은 달라지고, 환자의 이웃들이 각각 오곡을 충당하는데 이를 오곡걸립이라 한다. 오곡걸립을 하는 동안 당산관은 열두단 이름을 적은 깃발을 직접 제작한다.
단잡기는 당상관이 주도하여 지은 오곡밥을 단에게 먹인 뒤 열두단을 모두 잡는 것으로 잡귀가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도록 불을 피우고 액풀이를 하는 단보내기로 이어진다. 단보내기를 한 후 모두 환자의 집으로 돌아와 환자를 축원하며 마당을 돌면서 신명나게 춤을 추는 뒤풀이로 끝이 난다.
현재 단잡기는 내지리단잡기보존회관 광장에 모여 단잡기의 과정을 보여주고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주민화합 행사로 진행된다. 2000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단잡기 행사의 원형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