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군수 박정현)은 지난 24일 내지리단잡기 전수교육관에서 ‘내지리 단잡기 공개행사’를 개최했다.
내지리 단잡기가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건 1995년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면서다. 이후 2000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됐다.
‘단(丹)’은 피부질환의 일종으로 대상포진을 일컬으며 환부가 붉은색을 띠는 데서 유래했다. 단잡기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단이라는 병마를 잡고 더불어 기쁨을 나누는 행사다.
단잡기 행사는 ▲잡귀를 몰아내고 단잡기가 잘되어 병이 쉽게 낫기를 기원하는 의식인 우물굿 ▲단 잡을 일시를 정하고 각성받이 다섯 집을 돌며 오곡을 받는 오곡걸립(五穀乞粒) ▲12개의 단기를 제작한 후 환자집의 굴뚝 앞에 나란히 세운 후 부엌에서 솥뚜껑에 걸쳐 앉아 단귀신을 잡는 단잡기 ▲오줌통에 잡아넣은 단귀신을 불로 태우는 화형식 ▲환자집으로 가서 병마가 치유되었음을 기뻐하는 풍물놀이 순으로 진행된다.
단은 총 12가지 종류로 풍단(風丹), 청단(靑丹), 황단(黃丹), 홍단(洪丹), 팥단, 태단(胎丹), 띠단, 녹두단(綠豆丹), 토단(土丹,) 메밀단, 백단(白丹), 두목광솔단(頭目廣率丹) 등 열두 단으로 나뉜다. 명칭은 환자에게 나타난 단 증상의 형태나 환부 위치, 외형 등과 맞물려 있다.
내지리 단잡기가 눈길을 끄는 건 개인의 아픔을 공동체가 공유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마을 전체가 의례를 진행하는 행사라는 점이다.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주민 화합을 이끄는 중요한 무형문화유산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은 시연과 함께 전승교육사와 이수자 심사가 있던 날이었다. 도 관계자와 심사위원들까지 착석하면서 회원들 사이엔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각자 역할에 집중하며 멋지게 시연을 마무리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은산은 특히 수해 피해가 컸던 지역이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도 전통 방식대로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무형유산의 보전·계승을 위한 굳은 의지를 보았다”며 군도 의지를 다져 안정적인 전승 활동을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관련사진 : 내지리 단잡기 공개행사 장면